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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t ain’t broke, fix it an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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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Nov 07 Verizon의 망개방

우리나라 이통사들 못지않게 폐쇄적인 정책을 펴오던 미국의 Verizon Wireless사가 최소한의 규격을 만족하는 디바이스와 애플리케이션에게 망을 개방하겠다 고 선언한 것은 iPhone을 위시한 스마트폰 시장의 급속한 성장, 구글의 Android 와 700MHz 스펙트럼 경매 참여, 아마존의 Kindle과 같은 디바이스의 CDMA망 활용 등 최근의 이동통신망 개방과 관련된 일련의 변화를 가장 확정적으로 보여준다.  OHA 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던 Verizon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의 진의나 유효성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미국의 빅3중의 하나, 그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이었던 이통사가 이와 같은 개방 정책을 선언한 것을 보면 이제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동통신망의 개방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보여진다.

이동통신사가 “pipe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은 최근의 여러 상황에 떠밀린 감은 있으나 한편으로는 현명한 것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깔아놓은 망에서 다른 회사가 돈버는 것을 봐줄 수가 없어서 직접 컨텐트 장사를 해보겠다고 덥볐던 시도 중 패킷 요금으로 벌어들인 돈을 제하고 나면 그다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없다. 망을 개방해도 패킷 요금은 여전히 자신들의 것이라는 점과 무리한 독점적 사업 추구가 이용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end-to-end로 다 하겠다(고는 해도 뭐든지 외주업체 시켜서 하는 것이지만)는 것보다는 어떻게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망 자원의 총체적인 부가가치를 높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예전에 국내 모 이통사의 컨텐트 사업 전반을 기획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현재 데이터 망의 용량대비 이용률이 어느 정도냐?  다시 말해서 망이 많이 놀기 때문에 뭐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냐 또는 여유가 별로 없어서 한정된 망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패킷당 이익이 많이 남는 서비스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냐”

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통사의 망 자원은 국가로부터 배정받은, 이통사의 가장 근본적인 자원이면서 유선망과 달리 용량확대도 어렵고, 또 매 순간 사용하지 않으면 그냥 날아가버리는 그런 자원이다.  그런데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린 그런 것 모른다.  뭐든 팔리는 것 있으면 팔고, 용량이 부족하면 그건 기술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라는 것이었다.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망자원의 유한성이나 이를 확대하기 위한 비용에 대한 감이 없다는 점에 매우 놀랐었다.  그런 점에서 컨텐트 사업 매출에서 패킷 요금 부분을 분리하고, 자사 컨텐트 사업과 병행하여 망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개방화를 추구하는 근래의 정책은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망 개방 추세가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몇년내로 망 개방 및 이동 통신망의 다양한 활용이 지금보다 많이 진전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지금 이통사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무선 인터넷 업계는 과도기적으로는 고전할 수도 있으나 결국 무선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부가가치는 커지게 될 것이다.

24 Nov 07 주하 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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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Nov 07 대한민국의 문화코드는 생존

얼마 전부터 정기 구독하는 책이 하나 더 늘었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고등학교 동기가 전화를 해서 요즘 동문회는 왜 잘 안나오냐, 누구 누구는 만나냐 등 얘기를 건네더니만 자기가 신문사에 있는데 주간지 하나 정기 구독해달라고 했다.   안그래도 너무 이공계 글만 많이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기에 선뜻 그러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회사 사람들하고 얘기하다보니 잡지 팔기 위해 요즘 많이들 쓰는 수법이라고 했다. 

오랫만에 정치, 사회적 성향이 강한 잡지를 보니 예전 생각이 났다.  특히 “안기부가 나를 재판했다”와 같은 글을 읽으면서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다 지난 날의 얘기다.  민주화되고 심지어는 정부가 권위까지 잃었다고 하는 요즘에는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것 아닌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컬처코드”라는 책이 있다.  언젠가부터 책 하나를 끝까지 읽 지 않고 자꾸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안좋은 습관이 생겼는데 컬처코드 역시 그래서 마무리하고 있지 못하는 책 중의 하나.  이런 류의 책들은 대개 첫 한두 챕터는 재밌는데 그 뒤로는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져버린다.  아뭏튼 이 책에서 미국과 유럽의 문화 코드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좀 과장되고 전형화시켜버린 감이 없지 않으나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이기도 했다.  읽다 보니 우리나라 문화의 코드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우리나라의 코드는 “생존”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선 무슨 일이건 “생존”의 문제일 뿐더러 “생존”이 걸린 일이라면 뭐든지 용서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부터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아온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가 고3이 되었을 때 하신 말씀이 “죽지 않을 만큼만 공부해라”였고 나중에 동생이 고3이 되니까 “죽었다 하고 공부해라”고 하셨다.  또 웬만한 일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데”라고 하면 용서되기도 한다.  이런 문화의 장점은 뭐든 열심히 해서 이뤄낸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생존”의 코드가 정의나 법규보다 상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과거 옳지 못한 일에 관여했던 안기부나 사법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먹고 살자고 했던 일이라던가 자신의 생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 시절에도 그런 일 안하고, 욕심내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독재 권력은 미얀마 같은 후진국의 얘기일 뿐일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번의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단지 권력이 정권에서 재벌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기업인들의 항변은 한결같다: “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03 Nov 07 삼성 비자금 뉴스와 우리나라 언론

김용철 변호사 “내가 구속되면 끝이 나겠지”
삼성본관엔 기자실 없나? 왜 보도를 못하지?

내가 사회 생활하면서 겪은 바에 의하면 대기업에 관련된 안 좋은 뉴스거리가 있을 때 크게 기사화되지 않도록 “관리”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나는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 보도를 믿지 않는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내가 직접 아는 내용의 경우 기사 중 절반은 오류 투성이이고 나머지 절반은 왜곡되었거나 이해당사자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력 언론사 기자라면 그래도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엘리트들일텐데, 전문성도 정의감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