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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Dec 06 구글 검색의 순수성 논쟁

Blake Ross on Firefox » Tip: Trust is hard to gain, easy to lose.
Firefox의 개발자인 Blake Ross가 구글이 소위 “팁”이라며 자사 제품을 검색결과보다 상위에 보여주는 것을 갖고 구글에 대한 신뢰를 잃게하는 일이라며 비판을 한 것이 여러 미디어와 블로그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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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ke Ross의 블로그보다도 오히려 이와 관련된 Tech Crunch한 구글 직원의 글을 보면서 느낀 것은 다들 구글이 그토록 자랑해온 “Don’t be evil“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을 비판하지만 비판의 이유가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에겐 공정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류가 아니라 “구글이 이렇게하면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이었다. 위의 구글 직원의 블로그에 대한 댓글 중 하나를 보면, 구글의 “Don’t be evil” 원칙이 도덕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사실

  • 지나치게 광고를 들이대지 않겠다.
  • 검색결과를 속이지 않겠다.

는 것이었다며 소위 “팁”이라며 자사 제품을 선전하는 것은 위의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고 이용자들이 결국 구글을 떠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N모사의 유명한 “검색”을 보자면, 구글의 검색은 상업적 관점에서 초보적으로 보이며, “Don’t be evil” 원칙은 너무 유치하고 순진해보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쟁이 있었다면 아마도 누군가는 시장 1위 기업에게 주어지는 공익성의 책임에 대해 얘기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런 시각을 “공산주의적”이라고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의 논쟁을 보면 이는 결국 도덕이나 이념,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추구할 것인지, 다수 이용자가 어떤 것을 바라는지의 문제일 뿐이다.

25 Dec 06 사당오락, 모다피닐, 부족한 잠

오랫만에 이글루스에 들렀더니 잠과 관련된 글이 둘 올라와있었다.

애자일 이야기 : 열심히 공부하지 마세요
재인: 당신은 몇시간을 주무십니까?

잠을 충분히 자야 낮에 능률이 오른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겠지만, 아직도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사당오락(四當五落)만이 유일하고 필수적인 방법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경험으론 잠을 줄여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 그 날 하루 정도야 효과가 있겠으나 그 여파로 다음 날 피로해지는 것까지 고려하면 당장 시험이나 제품 시연이 하루 이틀 앞으로 닥쳤는데 준비가 안되어 있을 때 외에는 오히려 손해가 더 크다.

그런데 어쩌면 앞으로는 정말 잠을 줄여가면서 일이나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러 기사따르면 모다피닐이라는 약은 별 부작용 없이 각성상태를 유지시켜준다. 아직은 수면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약이지만, 이미 편법으로 약을 구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고, 언젠가는 지금의 커피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각성제가 될지도 모른다.

애초에 잠이라는 것이 왜 필요할까. 어차피 밤에 돌아다녀봐야 별 볼일이 없었던 시절에 차라리 에너지 소모라도 줄이는 쪽으로 진화하면서 생긴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학설도 있다. 우리쪽 용어로 하자면 일종의 garbage collection이라고나 할까. 만약 이 학설이 맞다면 아직은 부작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진 모다피닐도 잘 드러나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긴 위의 “열심히 공부하지 마세요”에서 링크된 “The Multi-Tasking Myth“에 의하면 업무 중에 이메일과 전화를 받는 것만으로도 지능지수가 10점 떨어진다고 하니 머리속에 heap fragmentation이 좀 생기는 것 정도야 별 것 아닐지도 모르겠다.

24 Dec 06 이해 안가는 Gadget 천국

Gadget으로 유명한 Gizmodo에 올라오는 글만 봐도, 한국은 gadget의 천국으로 묘사된다. 가끔 외국에서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도 그런 얘기들을 듣는다.  계속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휴대폰들과 MP3, PMP, 네비게이션들을 보고 있자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정말 이해가 안가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과학이나 기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일까?

IT쪽 회사에 있으면서도, 저녁 술자리에서 “내 딸이 나중에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다들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SF영화는 가끔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블럭버스터나 좀 인기 있을 뿐, 정통 하드SF는 수입되지도 않고 우리나라에서 어쩌다 시도된 SF영화도 성공한 것이 없다. 얼마 전 안가 본 나라가 없는 어느 외국인과 얘기하다가, 그가 “스타트렉은 어느 나라에서나 인기가 있다”고 해서 내가 “우리나라는 아니다”라고 했더니 정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선 산업으로서 IT가 발전했고 젊은 사람들이 게임이나 커뮤니티와 같은 일부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을 뿐, 문화 전반에서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는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산업이 이만큼 발전한 것이 정통부 덕분인지, 아니면 아직도 가끔  들려오는 IT업계의 대박 신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적성에 잘 맞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같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 것 같다.

09 Dec 06 Software as a Service

Sun의 CTO인 Greg Matter가 윗글에서 얘기하는 컴퓨터는 물론 Sun의 “Network is the computer”의 컴퓨터이니 Googleflex와 같이 네트웍으로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에 의해 제공되는 SaaS (Software as a Service)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곧 MS로 간다고 하여 많은 사람을 놀라게한 Jon Udell이 얘기하고 있는 것 역시 SaaS 형태로 제공되는 spreadsheet의 의외의 유용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사용하는 노트북의 하드 용량이 부족하여 더 큰 하드로 교체하면서 OS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새로 설치해야 할 일이 있었다. 회사 IT 부서에서 OS와 Office 등 기본적인 작업을 해주었고, 원래 사용하던 하드를 외장으로 연결하여 데이터를 카피하는 것은 금새 했지만, 반나절 이상을 꼬박 이 일에만 소모했음에도 아직도 여러가지 세팅을 더 해야 한다. 새 컴퓨터를 구입하거나 하드 디스크를 교체하지 않더라도 가끔 OS를 새로 설치해야 할 때마다 겪는 이런 고생은 마치 가끔씩 치과에 가야하는 것 만큼이나 하기 싫고 약간은 두렵지만 계속 미룰 수는 없는, 그런 종류의 일이다

나름대로 미리 준비를 한다고 했었지만, 역시 몇가지 문제는 있었다. 이전 하드의 파일을 탐색기에서 그냥 복사를 했더니, 나중에 보니 파일의 날짜가 모두 복사한 날짜로 되어 있었다. 브라우저의 북마크도 미리 export해두지 않았었다. 물론 이건 디렉토리를 찾아 복사할 수도 있으나 이럴 때마다 안쓰는 북마크 엔트리를 정리하는 기회가 되므로 그냥 뒀다. 어차피 필요한 북마크는 del.icio.us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다.
컴퓨터에 OS를 새로 설치할 때마다 나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생각한다. 물론 컴퓨터는 닫힌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하는 노력이 외부로부터 투입되면 엔트로피가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 설치하고 몇년씩 사용하면서 시스템을 처음처럼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 유지하긴 무척 어렵다. 바이러스나 애드웨어는 물론이고, 정상적인 소프트웨어들도 레지스트리나 파일 시스템에 수많은 쓸데없는 데이터를 남긴다. 또 설령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하더라도 여러 해 쓰다보면 하드웨어의 수명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언젠가는 새 컴퓨터로 바꿀 수 밖에 없게 된다.

SaaS는 이런 수고를 덜어준다. GMail을 사용하고 있으면 OS를 새로 설치하더라도 메일이나 주소록을 백업할 필요가 없다. Bloglines와 del.icio.us를 쓰면 OPML이나 북마크를 백업해두지 않아도 된다. 물론 평소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의 UI는 불편해진다. AJAX에 의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GMail을 쓰면서 drag-and-drop으로 파일을 첨부할 수 없고 키보드가 한글 모드이면 단축키가 동작하지 않는다. 원격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로서의 웹의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루고 더 복잡한 일을 하게 될 수록, 관리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SaaS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SaaS라고 열역학 제2법칙을 공짜로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서비스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그 시스템조차도 가끔은 소프트웨어를 새로 설치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migration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일한 일은 순식간에 (우리의 노력이라는 관점에서는 공짜로) 반복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덕분에, 또 전문화된 인력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개인 PC의 엔트로피 증가를 늦추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과연 완전한 network computer의 시대가 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로컬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하고 개인이 관리해야 했던 많은 일들이 점점 더 SaaS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