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웹이 15년전 Tim Berners-Lee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나 디즈니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웹과 어떻게 달랐을까?
모르긴해도 지금의 웹만틈 성공적이지도, 그 구조가 간단하지도, 정보가 풍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예전의 PC 통신이나 지금의 무선 인터넷을 좀 더 닮지 않았을까? 구글도, Wikipedia도, 블로그도 없었을 것이다.
학교와 정부출연연구소에 오래 있다가 회사로 옮기면서 물론 여러가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우리회사에 투자한 외국의 한 venture capitalist로 부터 들은, 기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한 다음의 세가지 조건으로 요약된다:
1. 기술이 구현 가능할 것
2. 그 기술을 원하는 사용자가 있을 것
3. BM(Business Model)이 있을 것
1, 2번에 대해서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학교나 연구소에선 1번만으로도 어떤 기술을 개발해보는 경우도 있지만) 3번 조건은 회사에서 사업계획에 직접 관여해보지 않은 엔지니어라면 “그거야 뭐 대충 어떻게 되겠지”하는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많은 기술이 commodity화되고 경제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실질적으론 3번이 가장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 프로젝트의 프로그래머의 수가 많을 수록 인당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지만 회사이건 정부이건 단체이건 여러 주체가 관여하는 모든 일 – 하나의 프로젝트이건 연동 규격이나 기술 표준이건 간에 – 은 서로 입장이 다른 주체의 수에 따라 기하 급수적으로 결과물이 복잡해지고,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품질 또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만약 웹이 비상업적인 연구소에서 발명되고 비상업적으로 먼저 퍼져나가지 않았다면 필연적으로 여러 회사와 정부기관 등이 그 표준화에 관여하게 되었을 것이고 아마도 DRM과 저작권, 소액 결제, 프라이버시, 성인 컨텐트에 대한 규제와 같은 많은 이슈 뿐만 아니라 각 OS 업체, 셋탑 박스나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요구사항을 반영하려 하면서 시간이 걸리는 동안 웬만한 대학 관련 학과의 연구실마다 HTTP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하지만 더 복잡한 여러 프로토콜과 ActiveX, Java Applet, AJAX나 XAML 못지 않은 executable content에 대한 제안이 계속 나와서 아마 아직도 세계적인 통일안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지 않았을까? 현재의 무선 인터넷이나 홈 오토메이션과 같은 분야를 보면 너무 일찍부터 상업성, 특히 서로 다른 주체간의 BM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더 큰 파이가 형성되는 것이 저해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이 정부에 더 익숙하고 예측 가능하기에 이러한 분야의 정부 정책도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진정으로 웹과 같이 disruptive한 기술이 나오는 것을 보려면 인터넷과 웹이 그랬듯이 비상업적인 개인이나 아주 작은 회사들이 대기업이나 기득권을 가진 주체와의 길고 긴 협상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새로운 것을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GNU정신이 살아있는한 3번이 충족 되지 않더라도 발전은 계속 될겁니다.
물론 3번이 충족되면 그 발전속도는 정말 무시무시 하다는 서글픈 세상이긴 합니다만…
(Disruptive technology링크에서 http://를 빼놓으신 것 같습니다.)
검은해님, 수정했습니다.